선별적 알고리즘에 확증편향…탄핵 정국서도 극단 발언 '돈벌이'
[유튜브 20년] 새로운 공론장 꿈꿨지만…양극화 부추기는 가짜뉴스 온상으로
선별적 알고리즘에 확증편향…탄핵 정국서도 극단 발언 '돈벌이'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대표적 '진보 논객'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며 출근한다.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 곳에서 정리해주는 주장은 김씨에게 나침반 역할을 한다.
김씨는 "기존의 언론보다 명쾌한 설명을 듣고 내가 세상을 보는 견해를 확립한다"며 진행자가 '음모론자'라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한 오모(61)씨는 보수 성향의 바카 랏 채널 10여개를 구독하고 있다.
오씨는 "TV 뉴스에서는 매일 악의적으로만 말하니까 믿을 것이 못 된다"며 "(유튜브에서는) 가끔 말이 과격해서 이래도 되나 싶기는 하지만 속 시원한 느낌도 들어서 유튜브로 뉴스를 주로 본다"고 했다.
올해로 출범 20년을 맞은 유튜브가 개방과 참여를 앞세운 소통의 장이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정치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 따르면 한국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1%로 47개국 평균(31%)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2017년 28%에서 지난해 51%로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 바카 랏가 등장한 것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부터다.
이미 '나는 꼼수다' 등 진보 성향 콘텐츠로 선점된 팟캐스트 방송에 맞서 보수 진영은 접근성이 좋은 바카 랏로 몰려들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등이 보수 진영의 스피커로 활약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바카 랏 방송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진보 인사들도 '맞불 방송'을 진행했다. 양 진영 간 '바카 랏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는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김어준 씨 등 진보 유튜버들이 구독자를 대거 끌어모으며 양 진영의 '전력'도 비등해졌다.
바카 랏를 토대로 극단적 주장과 음모론을 맹신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은 거부하는 정서적 양극화도 빠르게 심화했다.
특정 유튜버의 콘텐츠를 한 번 시청하면 엇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계속 선별해 보여주는 바카 랏 알고리즘의 특성은 이용자들이 강한 확증 편향을 갖도록 부추겼다.
바카 랏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펼쳐진 탄핵 정국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유튜버가 강성 발언을 쏟아낼수록 구독자가 늘어났고 하루 수백만원 이상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관저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실시간 생중계 바카 랏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격려했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현장에서는 지지자들이 서로 자신이 시청하는 바카 랏 채널을 추천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바카 랏가 극단 지지자의 확성기 노릇을 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받는 김어준 씨는 별다른 정정과 사과 없이 현재까지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근원지가 되지 않도록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처벌하고 적극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유튜버가 영리 목적으로 극단적 주장과 가짜뉴스를 쏟아내는 것은 사회 분열을 유발하는 심각한 병리 현상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며 "이들을 엄벌하는 것은 물론 벌어들인 돈 또한 범죄수익으로 보고 회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way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