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교리 설정, 기본권 침해로 보기 어려워"…징계 하자 인정 안해
'성소수자 축복 기도' 이동환 노 커미션 바카라, 정직 무효소송 2심도 패소
고법 "교리 설정, 기본권 침해로 보기 어려워"…징계 하자 인정 안해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행했다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앞줄 가운데) 목사가 4일 서울 종로구 소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4 sewo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성소수자에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목사가 징계 무효 소송을 냈으나 2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윤권원 송영복 부장판사)는 24일 이동환 노 커미션 바카라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를 상대로 낸 '총회 재판위원회 판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 각하 판결에 대한 이 노 커미션 바카라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안이 교리 해석의 문제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거나 이 노 커미션 바카라에게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 1심의 각하 판결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직만으로도 감리사를 비롯한 자격 제한이 인정되고 생활비 지급 등 불이익이 있어 정직 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확인의 이익이 있다"며 "교리 자체가 대상이 되는 판결이라면 심사 대상이 아니지만 상당 부분 교리 해석과 무관한 부분이 많아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교단의 징계가 무효라는 이 노 커미션 바카라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금지한 감리회 규정에 대해 "종교 단체나 교단에서 교회 다수 신도의 의사에 의한 교리를 설정하는 것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찬성이나 동조 같은 표현들이 어떤 내용과 대상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포괄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노 커미션 바카라가 규정을 위반해 동성애를 찬성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과 차별 철폐라는 축제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동성애에 동조한다는 명시적 표현은 없었지만, 모든 사회적 구성원들에게 성적 지향을 인정하고 축복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개 재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는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체적 판단을 한 것이기에 원고 청구를 기각해야 하지만 이 노 커미션 바카라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 판결보다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어 항소기각으로 1심의 각하 판결을 유지했다.
이 노 커미션 바카라는 이날 선고 뒤 "사랑과 축복, 포용과 환대가 교회의 본질임에도 이를 실천한 목회자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법원이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오늘의 현실이 매우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정의와 평등, 인권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 노 커미션 바카라는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일부 목회자들에게 동성애 옹호 행위로 교단에 고발당했다.
2020년 10월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교단 내 법원격)는 이 노 커미션 바카라에 대해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금지한 감리회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내렸고, 이 노 커미션 바카라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2023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감리회는 이 노 커미션 바카라에 대해 가장 엄한 징계인 출교 조치도 했는데, 수원지법 안양지원이 지난해 7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출교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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